📖 내 인생을 바꾼 카지노 – 김타짜, 테이블 위에서 배운 철학
✦ 1장 – 첫 판, 그리고 첫 패배
1995년 가을,
나는 처음으로 마카오 공항에 내렸다.
돈 몇 장, 비행기표 한 장,
그리고 말도 안 통하는 도시의 거리.
나는 오직 **"카지노에서 한 방 따면 인생이 바뀐다"**는 생각 하나만 품고 있었다.
그렇게 도착한 마카오 카지노.
보석처럼 반짝이는 샹들리에 아래,
모든 게 너무 화려했다.
하얀 와이셔츠에 검은 조끼를 입은 딜러들,
매 순간 기계처럼 움직이는 손놀림,
그리고 숨 막히는 긴장감 속에서 칩을 밀어 넣는 사람들.
난 그 분위기에 완전히 압도당했다.
처음 앉은 테이블에서 3천만 원을 순식간에 잃었다.
“이게 끝이야?” 싶을 만큼 허망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순간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보단 다시 도전하고 싶다는 충동이 더 강하게 일었다.
그게 바로 도박의 시작이었다.
✦ 2장 – 탐욕은 가장 교묘한 적이다
몇 년이 지나,
나는 마카오를 시작으로 겐팅, 강원랜드,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라스베이거스까지
**‘고정 손님’**이 되었다.
익숙한 딜러들,
딜러보다 먼저 룰을 읊는 베테랑들 사이에서,
나 역시 이름 있는 ‘타짜’로 불렸다.
한 번은 겐팅에서 블랙잭으로 이틀 만에 1억 3천을 땄다.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이제 진짜 돈 버는 법을 알았다”고 착각했다.
그런데 그 다음날,
4시간 만에 그 돈을 몽땅 잃었다.
하나도 안 남기고.
왜?
단순하다.
탐욕 때문이다.
“한 번만 더”, “이번에 올인하면 회수된다.”
이런 생각들이 칩보다 먼저 내 손을 움직였다.
그날 나는 거울 앞에 앉아 스스로에게 물었다.
“지금 이 게임을 하고 있는 건 너냐, 네 안의 욕심이냐?”
✦ 3장 – 테이블은 감정을 허락하지 않는다
도박에서 가장 무서운 순간은 ‘이길 것 같은 착각’이 드는 순간이다.
슬슬 이기고 있을 땐 감정이 올라온다.
“오늘 운이 좋다.”
“이번에도 갈까?”
이 생각이 들면, 그 순간이 끝이다.
진짜 고수는 이길 때도 표정이 없다.
딴 돈도 자기 돈이 아니란 듯이,
잃은 돈도 이미 죽은 돈이란 듯이.
그게 고수다.
나는 그걸 익히기까지 10년이 걸렸다.
처음엔 웃고 화내고 욕도 했다.
하지만 1억을 날린 후에야 알았다.
카지노에서 감정은 패배의 씨앗이다.
그래서 난 감정을 죽이는 훈련을 했다.
웃지 않고, 욕하지 않고, 칩을 밀 때 호흡 하나 흐트러지지 않게.
“김타짜, 오늘은 좀 화가 난 거 아니에요?”
딜러가 장난처럼 묻는다.
나는 그저 무표정한 얼굴로 대답한다.
“화는 집에 두고 왔어.”
✦ 4장 – 도박이 내게 가르쳐준 것들
도박을 하며 나는 많은 것을 잃었다.
시간, 친구, 가족과의 거리, 그리고 수억 원.
하지만 그 안에서 나는 다른 사람은 평생 배우지 못할 것들을 배웠다.
✔ 돈의 본질 — 돈은 사람의 민낯을 드러낸다.
✔ 욕망의 위험성 — 인간은 자기 욕망 앞에선 논리도, 이성도 다 잃는다.
✔ 절제의 가치 — 원하는 것을 앞에 두고도 참을 수 있는 힘이 진짜 실력이다.
✔ 패배를 받아들이는 용기 — 잃었을 때 떠나는 게 승자다.
나는 그곳에서 ‘배우는 자’였다.
절대 지지 않기 위한 싸움이 아니라,
절대 무너지지 않기 위한 훈련이었다.
✦ 5장 – 마흔 아홉, 나는 더 이상 베팅하지 않는다
지금 나는 도박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길거리에서 카지노 광고만 봐도,
라디오에서 “딜러”라는 단어만 들어도,
그때 그 테이블의 공기, 긴장감, 냄새까지 생생하게 떠오른다.
30년.
그건 단순히 카드 몇 장, 칩 몇 개의 기록이 아니다.
나란 인간이 감정과 욕망, 공포와 마주한 시간이었다.
사람들은 내게 묻는다.
“후회하세요?”
나는 웃으며 말한다.
“후회했으면 진작에 무너졌겠지.
도박이 날 살렸어. 난 거기서 나를 봤거든.”
✦ 에필로그 – 후배들에게 남기는 말
카지노에 처음 발을 들이려는 이들에게 꼭 말해주고 싶다.
카지노는 게임장이 아니다.
인생의 가장 잔인한 거울이다.
당신이 누구인지, 어디까지 무너질 수 있는지,
얼마나 절제할 수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돈을 따고 싶다면?
딸 수 있다.
단, 감정과 욕심을 완벽하게 눌러낼 수 있다면.
그게 안 된다면?
당장 빠져나와.
그 테이블은 당신을 삼킬 준비가 되어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