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대의 판결'로 대한민국 정치의 지옥문을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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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대의 판결'로 대한민국 정치의 지옥문을 열다
▲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과 관련한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대심판정에 입장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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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 판결은 '희대의 판결'이다. 몇 가지 이유를 살펴보자.
첫째, 판결의 신속성이다. 원심 무죄 사건을 대법원에서 단 열흘 만에 유죄 취지로 파기한 것은 우리 사법사 초유의 일일 것이다. 세계 사법사에서도 그 예를 찾기 힘들 것이다. 재판이란 절차 진행의 외관도 매우 중요하다. 절차가 이례적이면 그 결과로 당사자를 설득하지 못하고 결국 사법 불신을 초래하게 된다. 이번 판결은 그것을 대법원이 자초했다. 왜 그렇게 무리한 재판을 했을까? 한 가지 이유로 밖에 설명할 수 없다. '이재명이 대통령 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어!'
둘째, 절차적 정의가 실종됐다. 사법사에 기록할 만한 신속 재판뿐만 아니라 재판절차도 문제다. 사회적으로 중요한 사건이라 사건을 전원합의체로 보냈다면, 변론 없이 판결을 할 수 있는 대법원이라고 할지라도 적어도 한 번은 변론기일을 열어 검찰 측과 피고인 측의 주장을 들어보는 게 적법절차의 정신에 맞는 공판진행이다. 그런데 단 열흘 만에 모든 것을 건너뛰고 피고인에게 가장 불리한 무죄를 뒤집는 실체 판결을 했다. 이런 상황이라면 소송기록만 수만 쪽이라고 하는 이 사건을 읽어도 보지 않고 판결을 선고했다는 비판을 어떻게 감당하겠는가. 무리한 재판 진행으로 사법불신을 스스로 초래했다는 비판에 어떤 변명을 할지 모르겠다.
셋째, 대법원은 법률심임에도 불구하고 판결 내용을 보면 아예 사실심으로 돌변해 버렸다. 대법원은 하급심의 사실오인을 다시 재판해 바로잡는 심급이 아니다. 사실오인이 상고이유가 되려면 하급심이 사실을 인정하는 과정에서 헌법이나 법률 등에 위반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번 판결을 보면 하급심이 공직선거법 상의 허위사실공표죄의 법리를 잘못 이해했다고 하지만 그 실제 내용은 처음부터 끝까지 원심이 허위사실임에도 그것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이게 어떻게 법령 위반의 판단인지 의문이다. 통상 대법원이 법령 위반 여부를 제대로 판단하지 않고 애매하게 경험칙이나 논리칙에 위반했다고 하면서 원심의 사실인정을 뒤집는 일이 있어, 법률심의 판단으로서는 적절치 않다는 비판을 받아 왔지만, 이번에는 그런 논리마저 보이지 않는다. 이것은 대법원 자신이 선례로 삼고 있는 판례와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우리 정치의 불확실성만 키운 판결
이 판결로 우리 정치에 지옥문이 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치에 있어서 예측가능성은 매우 중요하다. 그것이 국가의 안정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정치에 있어서 불확실성은 그 자체로 국가 불안을 초래해 국론분열을 가져오게 된다. 오늘 판결은 그 불확실성을 제거하긴커녕 최대치로 만들어버리고 말았으니, 앞으로 그것을 어떻게 수습할 수 있을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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