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후한 존재감 남겼다"…정명환, '이산' 조연→조용한 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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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을 닮은 중후한 미소, 그가 화면 속에 등장할 때마다 한 장면이 더욱 깊어졌다. 조용하지만 결코 사라지지 않는 존재감으로 극의 균형을 이끌던 배우 정명환. 일상과 드라마 속 삶을 넘나들며 말없이 역사의 한 켠에 흔적을 남긴 그의 순간들이 다시금 오롯이 떠오르고 있다. 갑작스러운 이별 앞에서, 시청자들은 조명 아래 남아 있는 정명환의 온기를 오래도록 기억하게 됐다.
정명환은 8일 심근경색으로 세상을 떠났다. 빈소는 서울 강동성심병원장례식장 2호실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11일 오전 6시 30분에 거행된다. 장지는 서울추모공원으로 결정돼 유족과 가까운 이들이 마지막 길을 조용히 지킨다. 평소 따뜻하고 묵직한 인상으로 동료와 후배들에게 귀감이 된 정명환의 별세 소식에 안타까움이 번지고 있다.

1986년 MBC 18기 탤런트로 데뷔한 정명환은 서사 속 조연에서 극의 진정함을 다시 새기는 배우였다. 드라마 '우리들의 천국'에서 청춘의 아픔을 나누고, '모래시계'에선 시대를 관통하는 정서와 함께 울림을 남겼다. 1999년부터 2000년까지 방영된 '허준'에서는 소박한 표정으로 극에 무게감을 더했고, '이산'에서는 감초 역할에 충실하며 묵묵히 중심을 잡았다. 2014년 '불꽃 속으로'에 이르기까지 정명환은 매 작품마다 자신의 온기를 각인시켰다. 따로 주목받기보다 조연으로서 작품의 뚜렷한 톤을 이끌어온 진정성은 시대를 넘어 사랑받아 왔다.
정명환은 사적인 삶에서도 한결같은 이력을 새겼다. 2009년 웨딩드레스 디자이너 심모 씨와 결혼했으나, 이후 이혼 소식도 전해진 바 있다. 조용히, 그리고 꾸준히 연기와 삶을 병행해 온 배우의 길은 동료, 팬들에게도 깊은 울림을 남긴다. 오랜 시간 쌓아온 신뢰와 인정을 바탕으로 장면마다 진실한 무게를 담았던 정명환의 흔적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 선연해질 것이다.
비록 무대는 내려왔지만 정명환이 남긴 울림은 아직 장면 곳곳에 살아 있다. 그가 빚어낸 조연의 서사는 주인공과 마주할 때마다 새로운 감동을 열어줬다. 텅 빈 무대 위에도 여전히 잔잔하게 남아 있을 그 뒷모습은 보는 이들에게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는 따스한 빛이 된다. 드라마 '이산'에서 남긴 존재감처럼, 정명환의 이야기는 앞으로도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조용히 이어질 것이다.
허정원 기자 : [email protected]Copyright ⓒ 톱스타뉴스()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