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봄을 그리워하며 - 독서달글 필사 컨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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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달글에서 진행했던컨텐츠 !
좋은 글귀들 여시들과 다 함께 보고싶어서 쩌리로 가져왔습니다
그거 아시나요 ? 독서달글 100차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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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하트는 이상해
너 주려고 보낸 건데
내 눈이 되어 반짝이지
그렇다고 나를 앵두라 부르지는 마
네 고양이 이름이 앵두라서
내가 앵두인 게 나는 좋겠니
앵두가 싼 계절이라고 나도 싸겠니
바닷가 모래밭 파라솔 아래
얼린 블루베리를 티스푼으로 떠서
아이들 입에 넣어주는 엄마들
소풍 나오셨나 봐요
아뇨 계 왔는데요

김신지
희망은 어디 숨겨져 있어
찾아내야 하는 것이 아니라,
희망하는 사람의 마음에
새것처럼 생겨나는 법이니까
새싹을 틔우는 게 초목의 일이라면
희망을 틔우는 건 우리의 일
다시 봄이다
여기서부터 '진짜 시작'이라
힘주어 말해도 좋은

박성우
올챙이는 봄의 쉼표이지요
,, ,,,, , ,,, ,,,,, ,
아쉬운 봄
오래오래 머물다 가라고
올챙이들은
쉼표를 마구마구 찍어
봄더러 천천히 가라 하지요

박완서
오월에 사랑마당의 활짝 핀 라일락이 담장을 넘어오면
길 가던 사람들이 다들 홍예문 위를 쳐다보고 코를 벌름거리면서 걸음을 멈추거나 늦추었다.
옷이나 몸에 그 향기가 배기를 바라는 듯이.

박완서
오월이 되자 사랑마당에 온갖 꽃들이 피어났다.
그렇게 여러 가지 꽃나무가 있는 줄은 몰랐다.
향기로운 흰 라일락을 비롯해서 보랏빛 아이리스, 불꽃같은 영산홍, 간드러지게 요염한 유도화, 홍등가의 등불 같은 석류꽃, 숨 가쁜 치자꽃,
그런 것들이 차례로 불온한 열정-화냥끼-처럼 걷잡을 수 없이 분출했다.
이사하고 나서 조성한 정원이어서 그 남자도 이렇게 꽃이 잘 핀 건 처음 본다고 했다.
그런 꽃들을 분출시킨 참을 수 없는 힘은 남아돌아 주춧돌과 문짝까지 흔들어대는 듯 오래된 조선 기와집이 표류하는 배처럼 출렁였다.
우리는 서로 부둥켜안고 싶을 만큼 아슬아슬한 위기의식을 느꼈다.
돈이 안 드는 사치는 이렇게 위험했다.

베로니크 드 뷔르
우리 나이가 되면 사랑이 고목 같다.
노인네들도 날씨가 좋으면 슬슬 되살아나고 조금은 푸릇해진다.
한 해 한 해가 예전 같지 않지만 말이다.
화창한 봄날은 우리가 천년만년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환상을 불러일으킨다.

조용미
빛과 대치 중인 내 몸은 앞뒤 다 캄캄하여 이 숲의 화려함과 섞이지 못한다.
이 봄 초록의 성분은 왜 나의 고난보다 희미한가.
쏟아지려는 뜨거운 피를 지그시 누르며 나는 일어선다.
나무의 심장은 연약하다. 나는 내 무용한 뜨거움을 조금 덜어내어 나무에게 준다.
나누어 가질 수 없는 것을.
이 숲의 구조는 봄이 지나면서 뇌의 구조만큼이나 복잡해진다.
초록의 불안은 희미하여 숲에 든 사람의 영혼을 완전히 장악하지 못하였다.

진서하
4월, 눈부시게 아름답기만 한 날씨가 이어졌다.
비는 또 눈치 좋게 간밤에나 내렸다.
반짝이는 낮과 비 내리는 새벽을 뜬 눈으로 지새우면서
참, 웃기다는 생각을 했다.
'요즘 들어 유달리 슬프다'는 생각을 하기엔 너무 자주 이래왔던 것 같다.
가끔 보다는 늘상에 가까워져 버렸다.
분노와 미움과 슬픔과 무력이 잘 버무려져 만든 환장의 우울이,
누운 자리마다 고이고 있었다.
차라리 익숙해졌으면 하는데 어쩌자고 매번 새롭게 벅차고 겨운지 모를 일이다.

헤르만 헤세
이제는 장화와 바구니, 낚시대와 노를 준비하고,
온 감각으로 해마다 더 아름답고 황급히 지나가는 듯한 새봄을 기뻐해야 할 때다.
내가 아직 소년이었을 무렵에 봄은 얼마나 지칠 줄 모르게 길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