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계 사회지만, 그렇다고 평화롭다는 뜻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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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우월이 자연의 섭리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지만, 인간과 DNA의 99%를 공유하는 영장류 보노보는 이를 뒤엎는 존재이다. 보노보는 드물게 암컷이 주도하는 사회를 이루는 대형 유인원으로, 몸집은 수컷보다 작지만 사회적 영향력은 훨씬 크다.
과학자들은 암컷 보노보가 어떻게 모계 사회를 유지하는지 오랫동안 궁금해했다. 그런데 최근 커뮤니케이션스 바이올로지에 발표된 연구에서, 6개 보노보 공동체를 추적한 끝에 비밀을 발견했다.
연구에 따르면, 암컷 보노보는 수컷에 맞서 연합을 형성함으로써 권력을 확보하고 유지한다. 수컷이 대열에서 벗어나거나 위협적인 행동을 하면, 근처 암컷들이 함께 나서서 공격하거나 위협하며 제압한다. 이런 상황에서 위축된 수컷은 사회적 지위를 잃게 되고, 반대로 암컷들은 지위를 강화하며 먹이를 우선적으로 얻고, 자신의 *아들에게 더 나은 짝을 찾아주는 데에도 유리한 위치를 점한다. (*보노보 공동체의 암컷은 성체가 되면 다른 공동체로 이주하지만, 수컷은 평생 어미와 같은 공동체에 남아 있음.)
영장류학자들 사이에서 보노보는 ‘전쟁뿐 아니라 사랑도 많이 나누는’ 유인원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들은 격렬한 애무를 즐기고, 섹스토이를 만들며, 동성 간 성행위도 합니다. 침팬지에 비해 폭력 수준은 낮고 성적 활동은 훨씬 활발하기 때문에, 보노보는 유인원 세계의 ‘히피’라는 이미지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인류학자 모드 무지노 박사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보노보는 평화롭지 않다”고 말합니다.
특히 성별 간의 갈등도 존재합니다. 연구진은 1993년부터 2021년까지 수컷이 암컷에게 시비를 건 사례를 총 1,786건 기록했습니다. 여기에는 암컷이나 새끼에게 공격적인 행동을 하거나, 먹이를 독차지하려는 행동 등이 포함됐습니다. 이 중 약 61%는 암컷이 다른 암컷들과 힘을 합쳐 대응했고, 대부분 승리를 거뒀습니다.
수르벡 박사는 “이런 갈등은 꽤 심각해질 수 있다”며, “몇몇 사례에서는 공격을 받은 수컷이 실제로 죽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습니다. 수컷이 손가락이나 발가락을 잃은 사례도 있으며, 독일 슈투트가르트 동물원에서는 수컷 보노보가 두 암컷과의 싸움 도중 음경이 반쯤 잘리는 사건도 있었습니다. 다행히 수술로 봉합되긴 했지만, 상황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보노보는 멸종 위기종입니다. 우리와 가장 가까운 현존 친척으로서, 이들은 인류의 과거를 들여다볼 수 있는 창과도 같죠. 우리가 그들을 잃는다면, 인간성을 비춰주는 거울 하나를 잃는 셈입니다.” 수르벡 박사는 말합니다.
그에게 이번 연구는 또 하나의 중요한 메시지를 전합니다 — 바로 남성 지배가 생물학적으로 필연적인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일부 사람들은 가부장제나 남성 중심 사회가 우리 종의 진화적 특성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라고 그는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