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드플레이 韓 공연에 중국 관객이 몰린 이유
컨텐츠 정보
- 6 조회
- 0 추천
-
목록
본문



![]() |
[라이브네이션코리아 제공] |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언젠가는 중국에서 꼭 공연하겠다.” (2024년 콜드플레이 방콕 공연 중)
총 5회, 관객 수 30만 명. 해외 가수 최초, 최다, 최장기간 동안 한국에서 공연을 이어가고 있는 세계적인 밴드 콜드플레이의 콘서트는 ‘소지구’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매회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인도 등 다양한 국적의 관객들이 찾고 있는 가운데 중국인 관객들의 숫자가 상당하다.
공연계에 따르면, 지난 16~25일까지 콜드플레이 콘서트가 열리고 있는 경기도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일대에는 중국인 관객들을 태우고 공연장을 찾는 관광버스 행렬이 매 회차 이어지고 있다.
공연을 마친 이후 경기장 인근엔 관객들을 데리러 오는 관광버스가 줄을 서고, 공연장에서 나오는 탑승객 확인을 위해 분주한 상황을 연출하는 광경이 심심치 않게 목격된다.
중국인 관객들이 한국까지와 콜드플레이 공연을 찾는 것은 콜드플레이가 현지에서 공연을 열지 못하기 때문이다. 팬데믹 이전 브루노 마스, 테일러 스위프트가 공연했고 지난해엔 카니예 웨스트가 공연했지만, 콜드플레이의 중국 공연은 허락되지 않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한 중국인 관객은 “콜드플레이를 좋아하는데 중국에선 공연을 볼 수 없어 한국 공연에 오게 됐다”며 “여행사 연계 상품이 있어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여행사 패키지 상품을 통한 단체 관람이 아닌 직접 티켓을 구매해 현장을 찾은 중국인 관객도 적지 않았다.
피켓팅의 압박을 뚫고 첫날 공연을 찾은 제시카(32) 씨는 “방탄소년단을 좋아해 한국이나 다른 나라에서 공연할 때 몇 번 가본 적이 있어 예매가 힘들지는 않았다”며 “콜드플레이의 팬이기도 하지만 혹시 진이나 제이홉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도 있어 예매하게 됐다”며 웃었다. 방탄소년단과 콜드플레이는 ‘마이 유니버스’로 협업했고, 크리스 마틴이 작사, 작곡한 ‘디 애스트로넛’은 진의 첫 솔로 싱글곡이었다. 진은 지난 17일 공연의 게스트로 출격했다 .
![]() |
콜드플레이가 8년 만에 한국을 찾아 해외 가수 최대, 최다 규모의 공연을 연다. [라이브네이션 제공] |
논란이 많은 래퍼 카니예 웨스트에게도 허락된 중국 공연을 콜드플레이가 하지 못하는 데에 그만한 이유가 있다. 중국에 글로벌 아티스트를 초청하는 공연 프로모터인 아이 징(Ai Jing) 헤이즈 사운드 설립자이자 타이허 뮤직 그룹 쇼스타트의 시니어 컨설턴트는 “홍콩, 티베트, 대만 관련 이슈에 대한 발언이 있었던 경우, 직접적인 언급이 아니더라도 잠재된 정치적 발언이나 행동을 보인 경우 중국 공연은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 록밴드 본 조비는 2015년 중국 공연을 일주일 앞두고 모든 일정이 취소됐다. 본 조비가 과거 티베트의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를 지지했다는 것이 뒤늦게 알려지면서다. 당시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중국 정부가 지난 2010년 타이완에서 열린 본 조비 공연의 무대 배경에 달라이 라마의 등장한 장면을 파악한 것이 공연 취소 이유라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는 달라이 라마를 ‘분리주의자’로 보고 있다. 같은 해 마룬 파이브 역시 달라이 라마 생일 축하 글을 올린 것이 문제가 돼 상하이 공연이 취소됐다.
아이 징 대표는 “많은 해외 아티스트 중엔 사실 중국 공연이 금지됐는데도 모르고 있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콜드플레이가 중국 공연을 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여러 가지로 분석된다. 사실 콜드플레이는 중국 관련 정치적 발언을 직접적으로 한 적은 없다. 다만 콜드플레이는 2008년 당시 “베이징 올림픽과 관련해 우리 음악의 어떠한 음원 사용도 허락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해 6월 콜드플레이는 ‘비바 라 비다 오어 데스 앤드 올 히즈 프렌즈(Viva La Vida Or Death And All His Friends)’ 앨범을 발매했다.
![]() |
콜드플레이가 8년 만에 한국을 찾아 해외 가수 최대, 최다 규모의 공연을 연다. [라이브네이션 제공] |
이 앨범을 유통한 EMI 측은 당시 “이는 티베트 독립운동을 중국 정부가 무력 진압한 데 대한 항의의 뜻으로 해석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구시대 왕의 몰락을 노래한 ‘비바 라 비다’는 미국 빌보드 ‘핫100’과 영국 오피셜 차트 1위에 올랐다.
콜드플레이는 이후 중국 정부의 심기(?)를 거스를 만한 직접적 발언을 하진 않았다. 그러나 업계에선 “밴드의 영향력과 밴드가 강조하는 메시지가 가진 ‘잠재적 정치성’”이 공연 허가가 되지 않는 배경으로 보고 있다. 아이 징 대표는 “중국에서 공연하기 위해서는 정치적 발언을 하지 말아야 한다. 그냥 음악만 하라는 조언을 한다”고 했다.
실제로 콜드플레이는 음악을 통해 검열에 대한 ‘저항적 태도’를 견지하고 있는 것은 물론 난민, 전쟁 피해자, 여성, LGBTQ(성소수자) 등 보편적 인권 문제에 대한 목소리를 내왔다. 특히 2022년부터 현재 한국 공연까지 이어지고 있는 ‘뮤직 오브 더 스피어스’ 투어에선 LGBTQ 깃발과 그들을 상징하는 무지개 색상 영상을 띄우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피해자를 위한 헌사나 여성의 인권을 강조하는 영상도 투어 중 나온다.
기후 위기에 맞서 행동하며 2019년 이후 탄소 중립 투어를 표방, 화석연료 기업의 후원을 거부하고 친환경 에너지 공연을 여는 것도 석탄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중국에선 민감하게 받아들인다. 또한 중국의 사례라고 언급한 적은 없으나 검열과 자유에 대한 메시지를 담거나 무대 연출을 통해 보여주는 것도 정치적 메시지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국내 공연계 관계자들은 “한국 음악시장은 자국 가수들의 영향력이 월등히 높아 팝 음악 수요는 한정적이다. 그렇기에 콜드플레이가 5만석 규모의 공연을 6회나 한다는 결정은 사실 쉬운 일이 아니다”며 “콜드플레이의 경우 중국에서 올 관객들도 고려해 일정을 잡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이번 콜드플레이 공연을 계기로 중국에서 공연을 열지 못하는 팝가수에게 한국이 새로운 행선지로도 주목받을 가능성이 열렸다”고 귀띔했다.
관련자료
-
이전
-
다음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