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만 원·1000만 원이라고? 신정환이 쏘아올린 '연예인 성상납' 논란

[일요신문] 4월 21일 유튜브 채널 ‘채널고정해’의 코너 ‘논논논’은 ‘역대급 난상토론! (feat.권력, 연예인, 성상납)’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게재했다. ‘성상납’이라는 예민한 키워드의 제목부터 눈길을 끈 해당 영상은 바로 화제의 중심에 섰다. 특히 ‘논논논’에 출연한 신정환이 직접 관련 증언을 하면서 화제성을 더욱 키웠다.

지난 23일에는 한 민원인이 해당 영상의 폭로 내용을 두고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진정서를 제출해 여성안전과에서 관련 내용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경찰 수사가 이뤄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논논논’ 영상에서 신정환은 “아는 형들이 옆에서 얘기하는 걸 차 마시다가 우연히 같이 들었는데 아는 후배 연예인들 얘기가 나오더라. ‘어제 누구 만났잖아’ 하면서 금액까지 얘기하더라”라며 “내가 잘못 들었나 싶었는데 ‘500만 원, 1000만 원’이라며 3명이 동시에 한 명의 이름을 얘기했다. 서로 다 알고 있더라. 너무 충격 받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궁금증은 그 여자 연예인이 누군지에 집중됐지만 신정환은 “제작진한테도 말 못 한다. 걔네가 돈을 받고서 사업가들 만나서 골프 치고 밥 먹고 술 먹고 그렇게까지 하니까”라며 “걸리진 않았는데 소문이 살짝 났었다”고 말했다. 이에 강병규는 “옛날에 지라시에 리스트가 몇 차례 돈 적 있었다”며 “명단하고 가격표까지 아주 적나라하게”라고 말했다.

강병규도 경험담을 들려줬다. 그는 “내가 광고대행사를 할 때 중국인인데 나한테 20억 원을 주고 자가용 비행기를 보내줄 테니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을 섭외해달라고 했다”며 “처음엔 광고 모델로 섭외를 해달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스폰서, 성상납 등의 루머는 오래전부터 연예계에서 떠돌았고, 강병규의 말처럼 구체적인 내용까지 기재된 지라시가 돌아다니기도 했다. 그렇지만 사실로 드러난 사례는 거의 없다. 신정환은 “연예인들이 생각보다 약하다”며 “아무리 인기가 있어도 대표 같은 사람이 와서 ‘너 시간 한 번 빼. 회사도 커질 수 있고 너도 커질 수 있어’라고 이야기하면 식사 한 번 안 하겠느냐”라고 말했다.

연예 관계자들은 ‘논논논’에서 언급된 신정환과 강병규의 발언이 어느 정도는 사실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렇지만 그들의 증언을 스폰서나 성상납으로 연결해서 생각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우선 ‘500만 원, 1000만 원’이라는 금액을 주목했다. 실제로 연예인이 성매매를 했거나 스폰서 관계를 맺었다고 보기에는 다소 금액이 낮다. 한 중견 연예기획사 임원은 “연예인 성매매 관련 루머가 한창 나돌아 지라시까지 돌아다니던 게 벌써 20여 년 전인데 그즈음에도 회당 비용이 기본 수천만 원이었다. 스폰서 관계는 수억 원을 훌쩍 넘기는 수준이었다”며 “성매매 브로커가 검거돼 공식적으로 연예인 성매매가 사법기관을 통해 적발된 사건이 2016년에 있었는데 당시에도 여자 연예인이 받은 금액이 회당 1500만 원으로 알려졌다. 그게 벌써 10년 전”이라고 언급했다.

물론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이 언급된 연예인 성매매와 스폰서 관련 얘기들도 사실 확인이 안 된 루머들일 뿐이다. 인터넷이 광범위하게 보급된 2000년대 초기부터 온라인을 통해 각종 연예계 루머가 떠돌았는데 그 당시 가장 핫한 루머 가운데 하나가 연예인의 성을 둘러싼 것들이었다. 요즘에는 거의 사라진 루머인데 이번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연예 관계자들은 ‘논논논’에서 신정환과 강병규의 발언이 성관계가 아닌 ‘골프 치고 밥 먹고 술 먹고’ 정도로 국한돼 있다고 지적했다. 제목에는 ‘성상납’이라는 단어가 강렬하게 눈길을 끌지만 실제 발언은 거기까지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성관계가 아닌 여자 연예인과 식사 자리를 갖거나 골프 라운딩을 같이하는 대가로 ‘500만 원, 1000만 원’ 정도가 오가는 일은 있을 수 있다는 게 연예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신정환과 강병규의 발언이 어느 정도 사실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게 이런 이유다.

2013년에는 나주 산업단지 조성사업 추진 과정에서 관련 업자로부터 뇌물 2억 3000여만 원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전직 공무원이 구속 기소된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을 수사하던 광주지검 특수부은 20대 주연급 여배우 A를 소환 조사했다. 해당 전직 공무원이 여배우 A에게 600만 원짜리 명품백을 선물했는데 결제는 뇌물을 제공한 업체 대표 명의의 체크카드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광주지검은 여배우 A에 대해 더 이상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성매매 등의 정황이 포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제의 전직 공무원이 평소 여자 연예인을 직접 만나보고 싶다는 얘길 자주하자 뇌물 제공 업체 대표가 인맥을 총동원해 두 사람의 식사 자리를 두세 차례 마련한 게 전부로 알려졌다. 서울에서 이뤄진 마지막 식사 당시 명품백을 선물했다고 한다.

연예인과의 개인적인 식사 자리가 ‘500만 원, 1000만 원’ 정도의 비용으로 주선되는 일이 현실에서 어느 정도는 존재한다고 한다. 연예인 입장에서도 큰 부담이 안 되는 식사자리일 뿐이고, 상대방도 그 정도의 비용은 부담이 안 되는 부유층이다. 골프 라운딩도 마찬가지다. 서울 강남의 한 유흥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골프붐이 일었던 당시 사실상 개점휴업이던 룸살롱 접대 여성들에게 용돈을 주고 함께 골프 라운딩을 나가는 사장님이 많았다”라며 “아무래도 예쁜 여성과 동반 라운딩을 하면 기분도 좋고 부러운 시선도 받는데 언젠가부터 여자 연예인과 동반 라운딩을 했다는 사장님들도 등장했다”고 설명했다.

앞의 전직 공무원 사건처럼 뇌물 차원에서 연예인과 식사나 음주 자리가 마련되는 일도 있다고 한다. 한 연예계 원로 관계자는 “1990년대 후반이나 2000년대 초중반에는 대형 비리 사건에 여자 연예인이 연루되는 일이 잦았다. 진승현 게이트, 굿모닝시티 분양 비리, 저축은행 비리 등이 불거질 때마다 수사기관에서 유명 여자 연예인의 이름이 흘러나오곤 했다”면서 “당시에는 고급 외제 승용차, 아파트 전세금 등이 대가로 주어진 것으로 알려진 만큼 성적인 만남이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요즘에는 식사 자리를 주선해 주는 정도로 알고 있다. 전 국민이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는 상황에서 성 접대 같은 위험한 제안을 받아들일 여자 연예인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민섭 기자 [email protected]
전동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