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신 못 볼 줄 알았는데…故 송재림 유작, 드디어 공개된다

[TV리포트=허장원 기자] 배우 송재림 유작인 영화 ‘폭락’을 넷플릭스를 통해 볼 수 있게 됐다.

송재림은 2024년 자택에서 향년 39세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사인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당시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에 팬들과 동료는 깊은 슬픔에 빠지기도 했었다.

지난해 1월 15일 개봉한 ‘폭락’은 전 세계를 뒤흔든 가상화폐 대폭락 사태 실화를 기반으로 한 영화다. 실제 루나·테라 코인으로 50조 원의 가까운 돈이 증발하며 많은 사람들이 이로 인해 피해를 봤다. 영화는 가상화폐 시장의 시세 조작과 젊은 세대들의 무분별한 투자와 한탕주의의 모습을 그렸다.

송재림이 맡은 양도현은 대치동으로 위장 전입한 욕심 많은 흙수저다. 그는 벤츠 타고 다니는 부자이면서 장애 혜택을 받아먹던 친구에게 교환학생의 기회마저 뺏긴다. 후에 그 친구가 진짜 장애인이 아니었단 걸 알게 되며 정부 지원금의 허점에 눈을 뜬다. 대학교 창업동아리에서 만난 동기 지우와 함께 청년·여성·장애 등의 가산점을 악용해 청년 창업 지원금을 수급하고 ‘창업 지원금은 나랏돈으로 망해 보라고 주는 눈먼 돈’ 임을 간파해 의도적으로 고의부도와 폐업을 반복한다.

이후 투자자 케빈에게 억대 후원을 받는 암호화폐 벤처를 창업한 도현은 ‘MOMMY’ 코인을 개발해 역대 최고치의 실적을 내지만, 알고리즘과 불완전 이자 수익 등 금융기관으로부터 모니터가 들어오게 되며 감시를 받게 된다.

실관람객 평점 8점대인 ‘폭락’은 관람객으로부터 많은 공감을 샀다. 누구나 한 번쯤 욕심 내보았을 법한 가상화폐와 투자라는 주제로 그 내면과 실태를 적절하게 연출해 냈다.

독립영화, 저예산 영화치고는 꽤 놀랍다는 반응이다. 현실 반영과 몰입도 있는 전개가 관객들에게는 신선하고 재밌는 영화라는 평을 받았다.

한편 송재림 배우의 유작에 아쉽다는 반응도 나타났다. 한 누리꾼은 “송재림 배우의 재평가가 시급한 작품”이라며 영화뿐만 아니라 그의 연기 또한 선방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어 다른 누리꾼도 “송재림 배우의 다양한 연기를 계속 보고 싶은데 너무 아쉽다”라는 감상평을 내놓으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폭락’은 가상화폐와 자본주의의 무서움을 잘 보여주는 영화라 보인다. 기회는 불균형하며 과정보다는 성과에 목을 매달아야 하는 현실. 모든 것을 이용하고 악용해야만 살아남는다. 영화는 이런 세상에서 고군분투하는 양도현의 심리를 묘사하며 캐릭터에 몰입감을 더했다. 도현의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관객들은 자신을 그에게 이입해 보고 공감하기도 한다.

도현의 삶은 우리가 주목하지 못한 대한민국의 현실이기도 하다. 도현의 어머니 옥자는 간호조무사며 사는 동네는 대림동이다. 가정형편이 어렵고 이미 시작부터 경쟁에서 뒤처진 상태, 극에서는 “거기 조선족 많이 사는 동네 아닌가”라며 도현이 사는 대림동을 표현했다. 이에 옥자는 도현을 성공시키기 위해 강남 8 학군에 위장 전입을 시키게 된다.

우리가 주목해야 될 것은 그의 서사다. 그는 강남 8 학군에서 불공평한 현실을 경험하며 결국 중요한 것은 노력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가 어떻게 성장하고 변화하는지 이후 그가 어떻게 무너지고 대가를 치르게 되는지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불법과 합법이 공존하는 그 어딘가에서 도현은 점점 돈과 권력에 유혹에 빠져든다.

주인공 양도현의 이름이 루나 사태의 원인자 권도형 씨를 연상케 하지만 제작진은 “실제 인물과는 무관한 창작 캐릭터”라고 선을 그었다.

송재림은 캐릭터를 준비하면서 실제 코인 뉴스, 금융 사기 관련 사례를 찾아보며 캐릭터에 빠져 도현을 표현해 냈다. 이에 제작진은 “그가 아니었다면 양도현이란 인물은 이토록 입체적으로 나오기 어려웠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영화에 누구보다 진심이었을 송재림의 연기가 영화 ‘폭락’으로 재평가될 시점에 그는 안타까운 생을 마감했다. 그의 열정을 이 유작을 마지막으로 본다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23일 기준 영화 ‘폭락’ 누적 관객수는 22,386명이다. ‘폭락’이 OTT 넷플릭스에서 상영을 시작으로 대중들로부터 사랑받는 새로운 역주행 영화가 되길 기대해 본다.

허장원 기자 [email protected] / 사진= 영화 ‘폭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