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사위를 더 사랑해"…윤여정, '결혼 피로연' 개인사 고백→동성 결혼 언급

무대 뒤편, 늘 강단 있는 이미지로 기억되던 윤여정의 목소리에 새로운 울림이 실렸다. 낯선 도시의 공기처럼 조심스럽고, 그러나 담담하게 꺼내 놓은 가족의 이야기였다. "이제는 아들보다 사위를 더 사랑한다"는 농담에는 수많은 세월을 지나온 그녀만의 따뜻한 진심과 용기가 녹아들었다. 윤여정의 고백은 멀리 뉴욕에서 시작돼, 영화 스크린을 통해 더 많은 이들의 마음속으로 천천히 번져갔다.

윤여정은 18일 미국 매체 버라이어티와 피플 등과의 인터뷰에서 첫째 아들이 2000년에 커밍아웃했다고 밝혔다.

윤여정은 "뉴욕에서 동성 결혼이 합법화 됐을 때, 아들이 결혼식을 했다"며 가족이 함께한 결혼식의 의미를 전했다. 이어 "한국에선 비밀이었기 때문에 온 가족이 뉴욕에 모였다"고 설명하며, 고향 사람들의 반응에 대한 조심스러운 마음도 덧붙였다. 또한 "이제는 아들보다 사위를 더 사랑한다"는 농담을 건네며 진솔한 가족애를 드러냈다.

윤여정이 출연한 영화 '결혼 피로연'은 '와호장룡', '브로크백 마운틴' 등으로 잘 알려진 리안 감독의 1993년 동명 영화를 한국계 미국인 감독 앤드루 안이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윤여정과 함께 릴리 글래드스톤, 켈리 마리 트란, 조안 첸 등이 출연했다.

윤여정은 영화 속 자신의 대사에도 실제 가족 이야기를 반영했다고 밝혔다. 직접 연기한 '자영'이 극 중 동성애자 손자에게 "너는 내 손자다"라고 말하는 장면을 언급하며, 이 대사가 실제 삶에서 우러나온 것임을 강조했다. 감독과의 의견을 나눈 끝에 만들어낸 이 말이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가 되길 바란다고도 덧붙였다.

'결혼 피로연'은 동성애자 주인공이 가족의 결혼 압박을 피해 가짜 결혼을 계획하는 과정에서 겪는 소동을 담았다. 원작이 대만계 미국인 가족을 그려냈다면, 이번 리메이크 작품은 한국계 미국인 가족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윤여정은 "한국은 매우 보수적인 나라다. 그래서 이 영화가 내겐 매우 개인적인 의미가 있었고, 이 작품을 선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1974년 가수 조영남과 결혼해 두 아들을 두었고, 1987년 이혼 후 홀로 아이들을 키워낸 삶의 서사가 그녀의 고백에 더욱 힘을 실어준다.

무대 위 진중한 시선과 카메라 밖 인간 윤여정의 솔직함이 교차했다. 누군가에게 용기를 주는 따뜻한 말, 남몰래 응원했던 가족의 여정, 그리고 꺼내지 못했던 슬픔과 사랑의 기록들이 새롭게 빛난다. 온 가족이 뉴욕에서 맞이한 결혼식의 풍경과 영화 속 대사의 감동이 엮이며, 이달 미국에서 공개되는 '결혼 피로연'은 보수와 변화, 용기와 사랑의 의미를 다시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