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보다 아름다운' 용두사미 결말에도 이건 배우 김혜자 헌정작[TV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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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보다 아름다운'이 '배우 김혜자'의 얼굴과 존재감을 강렬하게 각인시키며 퇴장했다.
JTBC 토일드라마 ‘천국보다 아름다운’(연출 김석윤/극본 이남규 김수진)은 5월 25일 방송된 12회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천국보다 아름다운'은 80세 모습으로 천국에 도착한 이해숙(김혜자 분)이 30대 모습으로 젊어진 남편 고낙준(손석구 분)과 재회하면서 벌어지는 현생 초월 로맨스다. '천국보다 아름다운'은 '힙하게' '눈이 부시게' '송곳' 등을 함께하며 '인생작 메이커'라 불리는 김석윤 감독과 이남규 김수진 작가가 또 한번 의기투합해 방영 전부터 주목 받았다. 뚜껑을 연 '천국보다 아름다운'은 사후 세계 이야기를 다뤘지만 그리 무겁게지만은 않게 그려내며 시청자들에게 방영 내내 유쾌한 웃음은 물론, 따뜻한 감동과 깊은 울림을 안겼다.
그러나 엔딩은 시청자들의 예상을 빗나갔다. 고낙준(손석구 분)은 이해숙(김혜자 분)과 동반 환생하기로 해놓고 자신은 천국에 남기로 결심했다. 23번째 이해숙과 부부의 인연을 맺고 있는 자신의 욕심과 미련이 이해숙을 인연의 사슬로 옭아매고 있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에 고낙준은 환생길에 오르기 직전 “이번에는 당신한테 완전히 다른 삶을 살게 해주고 싶어, 나 없이”라며 이해숙에 작별을 고했다. 이해숙은 결국 “당신 정말 수고 많았어. 당신이라서 참 좋았어”라는 고낙준의 마지막 배웅을 받으며 홀로 환생했다. 그렇게 이해숙은 고낙준이 없는 이승에서 새로운 인생을, 고낙준은 이해숙이 없는 천국에서 그리움의 나날들을 보냈다.
방송 말미에는 이해숙이 환생한 일생을 끝마칠 무렵, 고낙준이 천국으로 가는 길을 마중 나온 듯한 재회 장면이 담겼다. “이제야 알겠어. 우리가 함께한 그 모든 날들은 지옥이 아닌 천국이었다는 걸. 언제라도 다시 돌아갈 수만 있다면 나는 기꺼이 갈 거야. 천국보다 아름다운 당신과의 그 삶 속으로”라는 고낙준의 내레이션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는 바로 이곳, 지금 이 순간이 ‘천국보다 아름다운’ 삶이라는 작품 제목에 담긴 의미를 짚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 뒤 전혀 다른 모습으로 환생한 두 사람이 길거리에서 서로를 알아보고 재회하는 것을 암시하며 엔딩을 맞았다.
'천국보다 아름다운' 대미를 장신한 건 천국 방송에서 이해숙이 찍었던 다큐멘터리 '뉴라이프 환생이 좋다' 인터뷰였다. 이해숙은 "환생해서 새 삶을 살면?"이라는 질문에 "이런 얘기하면 웃을 수도 있는데 배우요. 연기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왜 배우들 보면 작품마다 다 다른 인생을 살잖아요. 마치 매번 새로 태어나는 것처럼. 나도 배우가 되어 여러 역할도 해보고 싶어요. 막 예쁘고 많이 배운 젊은 여자 역할도 해보고 싶고요. 수수한 시골 촌부 역할도 재밌을 것 같아요. 오히려 젊은 사람이 할머니 역할을 하면 더 색다르지 않을까요? 아 드라마도 좋은데 저 영화도 좋아하거든요. 영화에서는 또 다르게 완전 의뭉스러운 여자로 나오고.."라고 답했다. 이는 김혜자의 인생작인 MBC '전원일기', 영화 '마더' 등을 떠올리게 했다.
이어 이해숙은 "연기로도 상을 받게 되면?"이란 질문에는 "너무 좋죠. 그것만큼 영광이 어딨겠어요. 기왕 받을거면 정말 세계적으로 유명한 영화제 같은 데서 내 이름 석자 불려보는 것도 좋겠다"며 자신의 바람을 드러냈다. 배우 김혜자는 영화 '마더'로 제36회 로스앤젤레스 영화비평가협회 여우주연상 등을 수상했고, 2009년 칸 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이해숙은 "그럼 사람들에게는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으세요?"라고 PD가 묻자 "그렇게 물어보니까 나 진짜 배우가 된 것 같아서 너무 떨리고 그러는데요. 어떤 배우? 어떤 배우가 어딨어? 그냥 사람들이 떠올렸을 때 그 사람은 참 정이 많은 배우였다 이 정도면 되지 않을까요?"라고 말하며 활짝 웃어 진한 여운을 남겼다.
이는 자연스레 배우 김혜자를 떠올리게 했다. 이해숙이 환생해 배우 김혜자가 됐다는 것을 암시한 에필로그에 "마지막 에필로그가 살렸네", "김혜자 마지막 눈빛 연기 감동이다", "김혜자는 그냥 인생이 배우", "본격 김혜자를 위한 드라마", "김혜자 연기가 다였다", "그래서 지금의 배우 김혜자가 됐답니다", "김혜자 헌정작", "이거 그냥 김혜자 본인 이야기 같다", "김혜자 인생 같아서 이게 더 눈물나", "김혜자의 다큐, 김혜자를 위한 드라마인 듯", "김혜자의 전생 드라마였군", "김혜자 인터뷰는 직접 회고한 독백 같은 느낌이다" 등 폭발적인 반응이 쏟아졌다.
사실 김혜자를 전면에 내세운 '천국보다 아름다운'은 기획 단계에서부터 주인공으로 놓고 만들어나간 김혜자의, 김혜자에 의한, 김혜자를 위한 '김혜자 프로젝트'였다. 이를 통해 3년만에 안방극장에 컴백하게 된 김혜자는 앞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방송 만든 걸 보니까 너무 감사했고 실제적으로도 내 나이나 모든 걸 생각할 때 이게 내 마지막 작품이 될 수도 있다. 정말 감사하게 했다. 이걸 생각하면서 행복하게 1년을 보냈다. 흡족하게 마무리된 것 같아 감사드린다"고 은퇴를 암시하는 발언도 내놨다. 최종회가 공개되고나서야 김혜자가 '천국보다 아름다운'을 자신의 '인생작'이라 했던 이유에 대해 고개를 끄덕이게 됐다.
하지만 '천국보다 아름다운'에 대한 반응은 그리 아름답지만은 않았다. 중반부 늘어지는 전개와 개연성에 대한 지적, 솜이(한지민 분) 캐릭터에 대한 혹평이 끊임없이 이어져왔다. 독특한 세계와 소재는 좋았으나 중간부터 솜이 정체 찾기에 시간을 할애하느라 전개가 늘어졌다는 지적과 함께 드라마는 힘을 잃어갔다. 후반부에서는 천국에서 이해숙과 남다른 티키타카를 보여줬던 목사(류덕환 분)가 사실 이해숙이 잃어버린 아들 고은호였다는 반전이 공개돼 시청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초반부터 많은 이들의 궁금증을 자아냈던 솜이의 정체는 더 충격적이었다. 아들 고은호를 잃어버린 엄마 이해숙 ‘사념체’이자 ‘감정체’였던 것. 이해숙에게 거부당하고 외면 받았던 잠재의식 속 기억들,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도려낸 감정들이 인격화 된 것이었다.
결말 역시 많은 이들을 만족시키지 못했다. 최종회가 공개되자마자 마무리가 아쉽다는 반응이 줄을 이은 것. 고낙준과 이해숙이 같이 환생해 행복하게 살게 될 거라 기대했던 시청자들은 홀로 환생해 새로운 삶을 살게 된 이해숙이 고낙준이 아닌 다른 남편과 만나 자녀들을 낳고 살다 죽게 되는 모습을 보고는 실망감을 드러냈다. 뿐만 아니라 이해숙은 임종 직전 자신을 데리러 온 고낙준에게 "나 어땠어요?"라고 물었고, "기대 이상이었어. 수고 많았다 당신. 이번 생에도"라고 답하는 고낙준에게 그제서야 "그래도 당신 없이 안되겠어 난"이라고 말해 혼란을 가중시켰다. 이에 고낙준 역시 "나야말로"라고 답하며 환생을 예고했고, 다음 생에 다른 모습으로 환생해 재회를 암시했다.
이해숙의 시어머니와 고은호의 환생 후 삶에 대한 궁금증도 해소시키지 못했다. 이에 일부 시청자들은 "그나마 마지막 에필로그가 살렸네", "환생 후 해숙이 만난 남편을 놓친 듯", "김혜자 천호진이 하드캐리한 드라마", "결말 난해하네", "나만 이해가 어려운가?", "이해숙 시어머니와 은호는 어떻게 된 거지?", "그냥 낙준 해숙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았을텐데", "이런 황당한 결말은 처음. 용두사미 끝판왕", "소재도 좋고 초반엔 좋았는데 막판이 아쉽다", "떡밥 회수 실패했네", "산으로 가다못해 하늘로 승천한 스토리", "눈물 펑펑 흘리게 했던 11회가 마지막회였어야 했다"며 용두사미 결말에 대한 아쉬움을 표출했다.
그럼에도 ‘천국보다 아름다운’은 천국과 지옥을 아우르는 사후세계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만큼은 돋보였다. 결국 극 중 천국은 이전 생을 마무리하고 다음 생을 준비하기 위한 하나의 과정에 지나지 않다는 것. 또 누구나 살면서 선연이든 악연이든 인연을 맺고, 얽히고설킨 인연의 숙제를 풀어가는 과정이 우리의 거듭된 생의 여정이라는 메시지를 담았다. '천국보다 아름다운'은 죽음을 통해 삶을 돌아보게 하고 인연의 가치와 소중함을 다시 일깨우며, 시청자들에게 진한 울림과 깊은 여운을 남겼다.
이에 많은 시청자들은 "너무 의미있게 봤다. 전생을 믿는 사람으로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한 드라마였다", "정말 따뜻한 드라마였다. 눈물이 멈추질 않네", "너무 교훈적인 드라마였다. 뭉클하고 슬프다", "정말 많은 걸 느끼게 한 뜻깊은 드라마", "부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한 드라마. 모든 인연인 다 이유가 있어 만난다. 전생에 관심이 많았는데 해소된 느낌이다", "지난 나를 되돌아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그리고 앞으로 어떠한 마음과 행동으로 살아야 할지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삶의 여정을 간접경험하게 해줬다", "지금 배우자 손을 꼭 잡고 봤다. 부부 인연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 드라마", "아직도 여운이 남는다. 내 인생 힐링 드라마", "물론 결말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 전하고자 하는 메시니자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해보고 되돌아보게 해줬던 드라마", "산다는 걸 되돌아보게 만든 드라마"라며 '천국보다 아름다운'이 남긴 메시지를 되돌아봤다. 시즌2 제작 요청도 이어졌다.
한편 '천국보다 아름다운' 최종회 시청률은 전국 8.3% 수도권 8.9%(닐슨코리아, 유료가구 기준)로, 자체 최고를 경신했다.
뉴스엔 박아름 ja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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